이 렌즈를 처음샀던 곳이 그러니까 지난해 가을 부천쯤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솔직히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부천역을 지난 어디가였는데 제품의 판매자가 BMW를 타고 나타난 것은 똑똑히 기억한다.
BMW를 타고다닐 정도라면 저정도 렌즈는 그냥 가지고 있어도 되겠구만 싶은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 "이렇게 쓸데없는 건 중고라도 빨리빨리 현금화를 시키니 부자가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였던것이 기억이 난다.
렌즈를 사고 파는 것은 렌즈나 돈만 서로에게 남는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건 머릿속에 렌즈속에 기억이라는 녀석도 남긴다.
부천역 뒷골목에서 약물거래하듯 만난 우리는 돈과 물건을 서로 주고 받았다.
이제 곧 전(前)주인 될 그 양반은 나에게 "접사렌즈 사용해 보셨나요?"라고 물었다.
"아 네 시그마렌즈를 잠깐 써봤습니다. 그때 접사에 대한 인상을 좋게 받아서요."
"곤충 사진같은거 찍으시나요?"라고 다시 되물어오는 주인
"아뇨.그런건 취미없구요. 그저 인물사진에도 해상도가 훌륭하더라구요" 솔직한 내 느낌을 이야기하자
"이건 시그마렌즈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도 써봤지만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요. 무엇보다
만듦새가 마무리가 시그마렌즈와 비교불허입니다."
"그렇군요..."라고 대충 수긍하고 자리를 벗어난 나는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집으로 가져왔다.
장터에서 사온 강아지를 품에서 꺼내듯 조심조심 렌즈를 꺼내든 나는 Canon 1vhs에 장착을 시켜본다.
탐론렌즈 중 DI라고 적혀있는 렌즈는 Digital Intergrated Design의 약자로써 해석하자면 디지털에도 통합사용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뜻인데 9군10매의 가볍운 이 접사렌즈는 최근 디지털전용의 렌즈가 출시되었음에도
그 화질의 우수성과 풀프레임기종의 저변확대로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Portrait macro 용도로써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탐론 90mm 마크로렌즈는 시그마의 60mm마크로와 함께
써드파티 최고의 마크로렌즈 수준을 보여준다. 사실 마크로렌즈는 접사모드에서 AF를 많이 쓰지 않는다.
MF를 이용하는 수동촛점잡기를 써야한다. 촛점을 잘 맞추고 눈에 보이는 대로 찍으면 된다. 불필요하거나
과장된 동작은 없다. 간혹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 기가막힌 사진을 뽑아낸다.
나와 함께 포르투갈과 국내 곳곳, 그중 내방 곳곳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 렌즈다.
나는 최근 이렌즈로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물을 촬영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내 눈의 기계적 확장태라 하겠다.
탐론과 DI사이에 위치한 SP라는 이니셜은 SUPER PERFORMANCE의 약자다.
시그마의 EX급 렌즈라고 보면 되지만 SP가 있다고 의도와는 상관없는 훌륭한 사진을 뽑아준다는 보증은 아니다.
나는 이 렌즈의 훌륭한 외관과 마무리에 다시금 놀랐다. 쓸데없는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외관마감재 역시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합성고무를 촛점링에 배치하여 무게를 최소화 시켰다. 쓸데없는 무게는 사진과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 뿐인데 그런점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것이 탐론렌즈다.
특히 나는 mf와 af 전환방식이 맘에 드는데 시그마렌즈가 버튼형으로 af/mf를 결정하는 반면
탐론은 클러치방식으로 경통을 왔다갔다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방식이 편하긴 한데
어차피 호불호의 문제다. 탐론외에 토키나 렌즈역시 위와 비슷한 클러치형태의 촛점기능 변환장치가 있다.
탐론은 고배율줌렌즈로 유명한 회사이고
처음부터 단렌즈계열에서 우위를 나타내었던 것은 아니다. 1950년 사이타마에서 처음 개업한 이 일본 렌즈회사는
18-270mm라는 고배율줌렌즈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접사렌즈의 특유의 경통소리와 느린 AF를 들수있겠는데 어쨋든 지금기술로
최고의 해상도와 최고의 AF속도는 양립할 수 없으므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AF가 좀 늦게 잡히면 어떤가.
다음 결정적인 순간을 느긋하게 찍으면 그 뿐인것을. 50년을 오롯이 광학사업에 투자해오며 국내에서
써드파티라는 설움도 이제 대부분 극복하고 국내 유저들의 사랑을 써드파티 중에서 독보적으로 받아오고 있는 것 같다.
가격과 훌륭한 성능은 어디서든 외면받지 않는 셈이다. 탐론이 마크로 렌즈 사업에 뛰어든것은 25년 정도 되었다.
사실 한 사업을 25년간 파오면서 이정도의 수준까지 제품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몇백년을 이어온 독일 광학업체들 앞에서 탐론의 광학기술을 들고 장인정신 운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최근 국가 브랜드 평가도에서 독일과 일본이 나란히 1,2위를 했다는 사실은 이 둘의 집념이 어떤 제품으로 나타날지
짐작코도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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