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는 많은 석호가 있다. 석호는 해류에 의해 발생한 사주가 바닷물을 막아 생긴 호수다. 하지만 완전 짠물이 아니라 육지에서 내려온 민물과 바닷물이 반반 섞혀 풍성한 생태계를 이룬다. 그리하여 청초호 등 동해안의 석호지대는 겨울철에는 태백산맥이 찬 서북풍을 막아 비교적 위도에 비해 기후가 온화하고 먹이가 풍부하여 옛부터 유명한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청초호를 들린 것은 고니를 찾아보기 위해서 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올해 고니를 이곳에서 보았다는 분들이 몇 사람 있어서 동해 일출 출사겸 탐조겸하여 동해안을 들린 것이다. 하지만 고니는 없고 오리를 비롯한 몇몇 물새 사진만 찍었다.
윗 사진은 흰뺨오리다. 뒤에 보인는 녀석은 퍼져 자고 있는 오리과의 흰죽지다. 흰뺨오리는 잠수성 오리며 바닷가에서 월동한다. 뺨에 있는 하얀 점 때문에 이같은 이름을 얻었다. 무리로 생활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놈은 어찌된 영문인지 혼자이다. 청초호 물가의 가로등 뒤에 숨어서 찍었다. 나중에 나를 보자 말자 저 멀리 헤엄쳐 가버렸다. 역시 잠수성 오리 답게 예민을 떤다.
비오리 부부 사진이다. 너무 멀리서 찍어 크롭을 하니 사진이 너무 흐리다. 비오리는 잠수성 오리며 물고기를 주로 먹고 산다. 오리답지 않게 부리 끝이 날카롭게 굽어져 있다. 하지만 오리류 중에서 가장 예민한 놈이라 50 m 이내는 접근 금지다. 바로 날아가 버린다. 서울 집주위 안양천 목동교 주변에도 20여 마리 이상 월동중이다. 하지만 역시 거리를 주진 않는다.
비오리는 아마 오리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리 중 하나일 것이다. 원앙과 같은 화려함은 아니지만, 덩치도 크고 숫놈의 경우 놈통 및 날개가 흰색이고 머리와 등짝이 짙은 녹색이다. 허나 멀리서 보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늘씬하게 잘 빠진 녀석이다.
이 녀석은 검은머리 흰죽지 암놈이다. 특징은 부리와 머리 사이에 난 하얀 털이다. 잠수성 오리이며 짠물과 민물이 섞힌 지역에 산다고 한다. 석호가 이 녀석들의 천혜의 서식지임을 알 수있다. 주된 먹이는 새우와 같은 작은 갑각류나 수초류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청초호에서는 오리류로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를 볼 수 있었으나 워낙 흔한 녀석들이어서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다. 서울에서도 한강이나 주변 하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리다.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는 잠수성 오리에 반대되는 수면성 오리로 주로 수초류를 먹고 산다. 잠수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소위 수중발레 자세로 머리를 쳐박고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요 근년 한강에 철새가 돌아와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철새 보호 - 내가 보기에는 말로만 - 열심이다. 하지만 윤무부 교수의 말에 따르면 한강 및 주변 하천의 생태계 회복 때문이라기 보다도 월동지 파괴로 갈 곳이 없어진 새들이 한강을 찾은 것이라 한다. 시끄럽고 사람이 주변에 득실되는 곳에 살고 싶은 새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월동지 또는 서식지 파괴에 주범은 첫째가 수없이 건설된 방조제들이며 - 방조제 건설은 새들의 먹이터인 갯벌을 파괴한다, 둘째가 공단 및 주거지역 건설이다. 이미 철새가 거의 사라진 부산의 을숙도, 곧 철새가 사라질 창원의 주남지, 위기에 처해 있는 서산 천수만 등을 들 수 있겠다. 아마 우리 다음 새대는 철새가 무엇인지는 역사 교과서에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12월 부터 틈나면 산책 삼아 다니던 안양천변을 살펴보면 우리가 주위의 야생동물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잘 알 수 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3개 구가 안양천을 접하고 있는데 목동교에서 오목교 사이는 갈대 및 억새 밭이 발달하여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하지만 이 것은 말 뿐이며 구청이나 시청에서 하는 일은 1주일에 한 번 탐조교실 운영하는 것이고, 이 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철새를 보호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낚시하는 사람 단속하는 것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며, 청소하고 난 다음 쓰레기를 강둑에서 소각처리하는 믿지 못할 광경까지 여러번 목격하였다. 야생동물이 불을 무서워한기 때문에 한 번 불을 피우면 반경 수백 미터 이내에는 새를 보기 어렵다.
중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다. 가마우지 목을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하여 어부가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가로채는 것이다. 동물학대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가마우지를 가족처럼 대하며 야생의 가마우지보다 어부가 기르는 가마우지의 평균 수명이 훨씬 길며, 죽으면 성대한 장례를 치르는 등 가마우지를 우대한다고 한다. 일본의 가마우지 생활에 대해 들은 것이 없어 잘 모르지만 어부가 자신의 밥그릇인 가마우지를 학대하거나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사진이 선명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 허나 해상력이 좋은 장망원렌즈는 그 가격이 거의 승용차 한 대 값을 넘기 때문에 로토를 맞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다. 탐조는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새와 자연과 생태를 이해하고 같이 공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구라는 것이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닌 지구상 모든 야생동물과 공유하고 평화롭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장소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우리 인간에게 지구의 자원을 배타적으로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야생동물에게 인간은 그들의 안방을 무단으로 침입하여 점거하고 있는 되먹지 않은 칩입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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